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려면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어떤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을지부터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말을 몇 번 건네는 것보다 평소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했을 때는 다정하지만 실수하면 차갑게 돌아서는 관계에서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특별한 성과를 냈을 때만이 아니라, 서툴고 부족한 날에도 존중받는 일상에서 자랄 수 있다고 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정, 아이의 말을 듣는 태도에서 시작하기
아이의 성격이 부모의 기대와 다르면 걱정부터 앞설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으면 친구들에게 무시당할까 염려되고, 행동이 느리면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불안해집니다. 그런데 그 걱정을 “너는 왜 그렇게 소심하니?”라고 표현하면 아이에게는 자기 모습을 부정하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과 성격 자체를 흠으로 취급하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저는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설명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좋더라도 듣는 사람이 존중받았다고 느끼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말인지 판단할 때도 부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뿐 아니라 그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설명이 길고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곧바로 결론을 대신 내리기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끝까지 듣는다는 것은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네 생각을 알아볼 가치가 있다는 태도를 보여 주는 일입니다. 잘못한 행동은 이야기를 들은 뒤에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나 완벽하게 들어 줘야 한다는 기준은 현실적으로 버거울 수 있습니다. 당장 대화하기 어렵다면 “지금은 손이 바쁘니까 이것을 마치고 듣고 싶어”라고 말하고 약속한 때에 돌아오면 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 역시 위험한 행동을 허용하거나 필요한 발달 지원을 미루는 것과는 다릅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도움과 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 비교보다 구체적인 과정에 주목하기
부모가 대신하면 일이 빠르고 결과도 깔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옷을 고르고 준비물을 챙기는 작은 일까지 늘 대신한다면 아이가 자기 판단을 연습할 기회는 줄어듭니다. 나이와 능력에 맞는 선택부터 맡기고, 막히는 부분만 도와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선택권은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넓혀 가면 됩니다.
저는 자율성을 이야기할 때 결과에 대한 책임만 강조하는 설명이 아쉽습니다. 스스로 골랐으니 실패도 혼자 감당하라는 식이라면 선택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돕는다는 것은 선택할 기회와 함께, 잘되지 않았을 때 방법을 바꿔 볼 도움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의지 부족이나 부모 의존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칭찬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보다 실제로 한 행동을 짚어 주는 편이 좋겠습니다. “언니보다 잘했네” 대신 “어려운 부분을 다시 살펴봤구나”라고 말하면 무엇을 인정받았는지 분명해집니다. 미국소아과학회도 목표 달성뿐 아니라 노력에 대한 인정과 건설적인 피드백을 권합니다. 결과를 함께 기뻐하는 것은 괜찮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작은 목표도 아이와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짧은 이야기 한 편을 함께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식입니다. 다만 목표를 낮게 잡는 것 자체가 정답은 아닙니다. 너무 쉬워 지루하지 않은지, 너무 어려워 시작조차 힘든지 살펴 조정해야 합니다. 노력했다는 칭찬만 반복하기보다 방법을 바꾸거나 쉬어 갈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살피고 싶습니다.
참고: 미국소아과학회 —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을 돕는 요소
부모의 자기 존중,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내려놓기
아이에게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부모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 화를 냈다는 이유로 자신을 형편없는 부모라고 단정하거나, 잠깐 쉬는 시간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식입니다. 자신을 존중한다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지쳤을 때 쉬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도움을 구하는 행동부터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육아 조언이 많아질수록 부모가 지켜야 할 항목도 끝없이 늘어나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의 말을 잘 듣고, 비교하지 않고, 선택을 존중하고, 부모 자신도 행복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지면 좋은 조언조차 평가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는 단정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모의 사랑과 돌봄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자기 존중은 늘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 또한 부모 한 사람의 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학교와 친구 관계, 주변 어른들의 지지 등 여러 경험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말을 거칠게 했다면 “아까 큰소리로 말한 것은 미안해”라고 인정하고 다시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뒤 다음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고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보다, 실수한 뒤 관계를 돌보겠다는 태도가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 잘한 날에만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일상에서 함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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