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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법 (문제해결능력, 좌절내구력, 익숙함의착각)

by autoupload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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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아이가 준비물을 두고 가면 바로 학교에 가져다주는 게 당연히 좋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접한 조선미 교수의 이야기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문제 풀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다르다는 말 한마디가 제 머릿속에 한동안 맴돌았고, 그 차이가 아이의 미래를 어떻게 갈라놓는지 생각하다 보니 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해결능력 — 시험 점수와 전혀 다른 이야기

제가 직접 겪어보니, 학창 시절 시험을 잘 봤다고 해서 사회에서 척척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보기 네 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연습만 반복해온 뇌는,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 앞에서 멈춰버리는 경험을 저도 몇 번 했습니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30년 넘게 아이들을 임상에서 만나며 이 차이를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여기서 문제 풀이 능력이란 주어진 보기 안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 즉 시험에 특화된 기술입니다.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이란 정해진 틀 없이 현실의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힘을 말합니다. 두 능력은 요구하는 뇌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건 '익숙함의 착각'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익숙함의 착각이란 어떤 내용을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어서 '안다'고 느끼지만, 막상 설명해보라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저도 이 말을 듣고 뜨끔했습니다. 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아는 게 아닌데, 그걸 오랫동안 착각해온 것 같았거든요. 단어 앞 두세 글자만 보고 안다고 여기는 학습 방식은, 객관식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인지 유연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연습을 통해 발달하며, 정해진 답을 찾는 훈련만으로는 이 능력이 길러지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 문제 풀이 능력: 보기 안에서 정답을 고르는 기술 (시험에 특화)
  • 문제 해결 능력: 틀 없이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힘 (사회에서 요구)
  • 익숙함의 착각: 들어본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현상 — 설명 못 하면 아는 게 아님
  • 인지 유연성: 다양한 상황에서 사고를 전환하는 능력 — 반복 경험으로 발달
요약: 시험을 잘 보는 능력과 실제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은 다르며, '익숙함의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내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입니다.

좌절내구력 — 필통을 두고 간 날이 기회였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부모가 즉각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자녀를 위하는 행동이라고 오랫동안 믿었는데, 그 믿음이 오히려 아이의 성장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게 됩니다.

아이가 필통을 집에 두고 학교에 갔다고 생각해봅시다. 연필이 없어서 옆 친구에게 빌리고, 교실 한 켠에 꽂힌 여분의 연필을 쓰는 법을 배우고, 내일은 꼭 챙겨야지 마음먹는 그 작은 흐름 전체가 좌절 내구력을 키우는 훈련입니다. 좌절 내구력이란 실패나 불편함을 경험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거나 대안을 찾는 정서적 회복 능력을 말합니다. AI 분야 연구자들이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는 것도 바로 이 능력입니다. 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 시도하는 힘,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태도 말입니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녀 주변을 항상 맴돌며 어려움이 생기기 전에 미리 개입하거나, 일어난 문제를 즉각 해결해주는 양육 방식을 가리킵니다. 아이가 경험할 좌절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정작 아이는 회복 탄력성을 기를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역경이나 실패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심리적 힘을 뜻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미국정신의학회)는 회복 탄력성이 타고나는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반복적인 경험과 환경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작은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를 맞고 돌아오는 경험, 준비물을 잊고 당황하는 경험, 친구에게 도움을 구해보는 경험이 사실은 아이에게 아주 중요한 훈련이었다는 것을요. 그 기회를 제가 빼앗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요약: 좌절내구력과 회복 탄력성은 어려서부터 작은 실패를 경험하며 길러지는 능력으로, 부모의 즉각적인 개입이 오히려 이 성장 기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익숙함의착각 — 안다고 느끼는 것과 아는 것의 간격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불편했던 이유는, 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개념의 이름이나 첫 단어 두세 개를 기억하고 있으면 그 내용을 안다고 여겨왔는데,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흐릿해지는 경험이 제 경우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이의 뇌는 연령에 따라 발달 단계가 다릅니다. 발달심리학이란 인간이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인지, 언어, 정서, 사회성이 어떤 순서로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어휘를 폭넓게 습득하는 것이 뇌 발달에 맞는 방식인데, 이 시기에 대량의 반복 풀이 문제로 뇌를 채우면 언어 습득과 사고 유연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상 관계(Object Relations)라는 개념도 인상 깊었습니다. 대상 관계란 유아가 처음 접하는 주요 양육자, 보통은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혹은 불신의 틀을 무의식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틀은 이후 친구 관계, 직장 관계, 상담 관계에까지 반복되는 패턴으로 작동합니다. 아이가 울 때 안아주는 것, 배고플 때 먹여주는 것 같은 아주 기초적인 반응이 이 틀을 만든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다만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오늘날 아이들 전체를 유연성이 부족하거나 문제 해결을 못하는 집단처럼 일반화하는 시각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 임상에서 만난 아이들의 사례가 모든 아이의 특성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무조건 개입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의 어려움인지를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물을 두고 간 상황과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요약: 익숙함의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아야 하며, 대상 관계와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아이의 뇌 발달 시기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문제 풀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문제 풀이 능력은 주어진 보기에서 정답을 찾는 기술로, 시험에 특화된 능력입니다.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은 정해진 틀 없이 현실의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힘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둘은 완전히 다른 훈련이 필요했고, 시험을 잘 봤다고 해서 회사에서 새로운 과제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Q. 좌절 내구력은 어떻게 키워줄 수 있나요?

A. 거창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걷다가 넘어졌을 때 부모가 의연하게 반응하는 것, 준비물을 잊고 갔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게 두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경험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미국정신의학회도 회복 탄력성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발달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매일의 작은 시도가 쌓여야 합니다.


Q. 익숙함의 착각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간단한 방법은 내 말로 설명해보는 것입니다. 어떤 개념을 읽거나 들었을 때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처음부터 설명해보면 어디서 막히는지 바로 드러납니다. 제 경험상 설명이 막히는 지점이 정확히 제가 실제로 모르는 부분이었습니다.


Q. 부모가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괜찮은 건가요?

A. 이 부분이 저도 가장 헷갈렸습니다. 핵심은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어려움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준비물을 두고 간 상황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범위 안의 불편함이라면 기다려주는 것이 성장의 기회가 됩니다.


결론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은 "나는 아이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있는가, 아니면 어려움 자체를 없애주고 있는가"였습니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이라는 경로만 바라보다 보면 그 길이 막혔을 때 아이에게 갈 곳이 없어진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 좌절 내구력, 공감 능력, 그리고 익숙함의 착각에서 벗어나 진짜로 아는 힘. 이 네 가지는 어떤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역량입니다. 조선미 교수의 표현처럼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운다는 것은, 모든 어려움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앞에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오늘 하나만 덜 해결해주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CaY_sEwn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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